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2021년 9월 14일 오전 7시 13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향년 86세를 일기로 소천 받으셨습니다.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조 목사의 소천 소식을 접하고 2011년 8월 2일 향년 65세에 이 땅을 떠난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고 하용조 목사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하 목사는 정말 일찍 소천 받으신 것 같습니다. 조용기 목사는 당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하용조 목사 빈소를 찾아 애도했습니다. 하 목사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조 목사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교회 대부흥시대의 걸출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조용기 목사와 하용조 목사는 이제 이 땅에는 더 이상 계시지 않습니다.
조 목사와 하 목사는 2006년 8월에 만나 인생과 믿음, 목회, 그리고 소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이때 뿐 아니라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도 만났겠지만 그 당시 두 목회자가 나눈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날 만남에서 조용기 목사가 “인생은 번지점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믿음의 줄을 잡으면 살고, 놓치면 죽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하 목사는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과 같지요. 평지를 걷는 게 아니라 벼랑 끝에서 주님과 만나는 것이 믿음이란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인생이라는 번지점프 장소에서 믿음의 줄을 붙잡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조 목사의 말과 벼랑 끝에서 주님을 만나는 것이 믿음이라는 하 목사의 말이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두 목회자는 그날 고통과 믿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두 사람의 목회는 개인적 고통을 빼놓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조 목사는 1958년에 목회를 시작할 당시부터 폐결핵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 최대의 교회로 성장시켰습니다. 하 목사 역시 여러 차례 간암 수술을 받았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일주일에 3번씩 혈액투석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목회와 선교적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하 목사가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하나님께 꼼짝없이 사로잡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그동안 분주하면서 하지 못했던 진실된 큐티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말하자 조 목사는 “바로 그것이 은혜 아닙니까”라고 화답했습니다.
조용기 목사는 “많은 사람들은 혼자 힘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고난이 닥치면 하나님을 찾게 된다”면서 “그러므로 고난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는 선생님”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조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목회를 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하나님을 굳게 붙들었습니다. 오중복음과 삼중축복도 모두 내가 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신학적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하나님을 붙들었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임으로써 여의도순복음교회라는 대 교회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지요. 인생은 번지점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믿음의 줄을 놓치면 죽고, 잡으면 사는 것입니다.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고난과 정비례해서 성령의 역사는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고난이 심할수록 우리를 서바이벌하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강하게 나오는 것이지요.”
하용조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암수술을 받을 때, 사실 죽음보다는 교인들을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미국에서 수술 받으러 들어가는 순간, 아들이 ‘수술 잘 받으세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없고 의사가 수술을 하더라도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사는 것이구나’라고요. 바로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라는 사실을요. 내가 사는 게 아니라 그 분의 은혜 안에서 살아지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하 목사가 “교회는 변함없이 한국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자 조 목사는 “국민들이 어려울 때, 교회가 나서서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적극적 구제와 문화 사역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하용조 목사와 조용기 목사는 이 땅을 떠났습니다. 한 인간의 평가는 다면적으로 이뤄지겠지만 두 목회자의 오직 믿음의 줄을 붙잡고 번지점프하는 신앙, 능동태가 아닌 수동태의 믿음, 그러니까 자존자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께 의지하는 의존자적인 신앙의 자세는 믿음의 여정을 걷는 이 땅 사람들이 따르고 배워야 할 귀한 교훈이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 어느 날 운명처럼 이 땅을 떠납니다. 하용조 목사처럼, 조용기 목사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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